향기
Sunday, October 5th, 2008길을 걷다 문득 느껴지는 네 샴푸향기에 갑자기 가슴이 뛰고 얼굴이 발개지는 것 같아 봄날의 언덕에 뒹굴 거리는 아기곰이 어쩌고저쩌고 나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어디선가 본 듯한 말을 지껄였다. 그 말에 지어주던 천진한 웃음, 사락사락 밟히던 눈의 감촉, 차가운 공기, 주머니 속 우리 손의 온기. 가끔 모두 잊었다고 생각되던 기억들이 돌아올 때가 있다. 그때 길에 흘러나오던 캐롤이 들리거나, 난 그래서 26이 되어서도 캐롤만 들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하다, 그 아이에게서 풍기던 샴푸 향을 맡을 때, 나는 열여덟 크리스마스 그 아이와 함께 걷던 그 길로 돌아간다.
그때의 기억은 뇌 주름 깊숙한 곳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어 깨끗이 지워지지도, 다른 기억으로 덮이지도 않는다. 그저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가끔 촉매와 반응하여 떠올랐다 다시 잠긴다. 그 아이와 같은 샴푸를 쓰는 사람도 만나 보았고, 캐롤이 흐르는 거리도 걸어 봤지만 그 아이와 걸을 때의 느낌이 흐려지지 않는다. 내가 그 아이를 죽고 못 잊어서도 아니고 만나던 사람을 소홀하게 생각했던 것도 아니지만 그런 건 그런 거다. 그냥 그런 거다. 갑자기 멈춰선 나를 의아하게 쳐다보는 아이에게 미안하여 또 그놈의 봄날의 언덕에 뒹굴 거리는 아기곰 이야기를 주워 뱉었던 생각이 난다.
아까 그 샴푸 향에 잠시 멈춰 섰다. 오늘은 이상하게 더 오래 추억하고 싶은 걸 보면 오랜만이라 더 짙은 느낌으로 다가왔었나 보다.